더 큰 코리아를 지향하는 YTN KOREAN
닫기
글쓰기
0
[한류우드] 한국영화 걸작선 - 초우
2018-05-26 | 더 큰 코리아
조회 113
글자크기축소
글자크기확대
남녀 간의 사랑만큼 모든 예술 장르가 좋아하는 테마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랑 영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관객들의 사랑을 받기 마련이죠.

그런데, 남녀 간의 사랑도 시대마다 풍속도가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 '초우'는 흥미롭게도,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통해 1960년대 시대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당대 최고의 남녀 배우였던 신성일과 문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지금, 바로 만나보시죠.

프랑스로 파견된 대사의 대저택에서 가정부로 일하는 영희가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대사의 아내, 그리고 장애를 가진 그의 딸과 따분한 일상을 이어가는데요.

그런 영희에게 유일하게 신나는 날은 파리에 있는 대사에게서 선물이 도착했을 때입니다.

영희: 어머, 드레스가 내가 좋아하는 진달래 색깔이네

하지만 이건 영희의 것이 아닙니다.

이 집안 식구들이 심드렁하게 선물들을 풀어보고 있을 때, 영희는 그저 부러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볼 뿐입니다.

영희: 어머, 최신식 레인 코트네 대사 딸: 파파는 내가 완쾌라도 된 줄 아나 봐. 이런 건 누구 줘버려요.

누굴 줘버리라는 말에 눈이 반짝이는 영희.

대사 부인: 참, 너 입을래? 영희:네? 네! 대사 부인: 자, 두었다가 시장 갈 때 입어라

레인 코트를 얻어 입고 온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는 영희.

그런데 레인 코트를 햇볕 쨍쨍한 날 입고 나갈 수는 없는 노릇.

라디오: 토요일 부터는 날씨가 흐려져 일요일부터 우리가 해마다 면치 못하는 장마로 접어들겠습니다 영희: 네?

비가 온다는 소식에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영희, 드디어 레인코트를 입을 수 있게 됐습니다.

마침내 비가 내린 날, 영희는 레인 코트를 차려 입고 시내를 활보합니다.

영희가 입은 레인 코트는 산업화를 향해 달려가던 1960년대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물질적인 가치가 중요시된 당시의 상황을 넌지시 드러냅니다.

이런 가운데 영희는 클럽에 들렀다가 남성들의 희롱을 당하게 되는데요.

한 남자가 그런 그녀를 구해줍니다.

바로 준수하게 생긴 철이라는 청년.

철: 어디 다치신 데 없으신가요? 아가씨는 이곳이 처음이시죠? 영희: 네 철: 클래식 홀인 줄 잘못 알고 오셨군요

남녀 주인공이 만나는 방식으로는 대단히 상투적인 설정입니다만, 어쨌든 두 사람은 이걸 계기로 서로에 대한 호감을 품게 되겠죠.

철은 내친김에 영희를 집까지 데려다 줍니다.

영희: 차가 참 좋네요 철: 뭘요. 좀 구식입니다. 지난달에 들여온 아버지 차는 정말 매끈합니다

레인 코트를 입은 영희는 자동차에 감탄하고 철은 자동차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죠.

두 남녀가 맞게 될 앞으로의 상황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철: 이 집입니까? 영희: 아니요. 저기 저 하얀색 대리석 집

철: 아니, 그럼 불란서 대사이신 김대근 씨.

철: 몰라뵀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정말 김 대사의 따님이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영희가 프랑스 대사의 딸이라고 착각한 철, 그녀에 대한 호감은 바로 적극적인 구애로 바뀝니다.

철: 저, 미스 김. 다시 만나 뵐 수 있는 날을 말해주십시오

영희: 인연이 있으면 언젠가 만나겠죠 철: 아닙니다. 인연이 아니라 꼭 만나주셔야 되겠습니다. 진정입니다

이렇게 해서 신분을 속인 영희와 철은 비가 오는 날마다 데이트를 하기로 하는데요.

그런데 철 역시 자신의 신분을 속인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사실 그는 가난한 자동차 정비공이었던 것이죠.

철: 불란서 친구: 파란 눈깔이냐? 철: 대사 친구: 대사? 철:의 딸이다

친구: 참 좋은 집안 김 팍 새는구나 철: 인마, 난 이렇게는 못산다는 말이다. 난 최소한 차를 닦는 게 아니라 차를 닦게 하고 살고 싶단 말이야

자신의 가난한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은 철은 영희를 이용해 출세를 꿈꿉니다.

그러니까 두 사람 모두 신분을 속인 채 동상이몽을 시작하게 된 셈이죠.

두 사람의 연애는 이렇게 서로의 물질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핑계일 뿐입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유독 '돈'이라는 말이 자주 나옵니다.

철: 돈 좀 꿔줘, 돈 친구: 야 인마, 돈이 어딨어? 저번에 꿔준 거 줘

철: 에이 이 자식이.

철: 돈, 돈이 있어야지. 돈이 없어.

돈이 있어야지, 돈

주인 집에게 얻은 레인 코트를 입고 데이트에 나선 영희, 그리고 꾼 돈으로 양복을 빌려 입은 철, 서로가 서로를 속이는지도 모른 채 두 사람은 즐거운 데이트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거짓이 통할 수는 없는 법.

철과 영희의 가짜 사랑은 결국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되죠.

영화 '초우'는 물질적인 가치와 신분 상승의 욕망이 남녀 관계까지도 지배하던 당대의 시대상을 멜로 드라마의 틀로 차갑게 냉소하고 있는데요.

결국 강도짓을 하다 쫓기게 된 철이 내뱉는 이 대사는 황금만능주의에 대한 감독의 논평처럼 들립니다.

철: 영! 돈!

가난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념, 더 풍요로운 삶을 거머쥐어야겠다는 야심 때문에 사랑마저 도구로 활용하는 두 남녀의 연애는, 전혀 아름답게 보이지 않습니다.

만일 그걸 아름답게 그리고 말았다면 이 영화는 결코 명작으로 남지 않았겠죠.

세속적인 욕망과 물질주의가 사랑의 순수를 짓밟는 상황을 그린 처절한 멜로. '초우'였습니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