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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선] 별들의 고향
2018-06-16 | 더 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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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오: 오랜만에 같이 누워 보는군 경아: 행복해요. 더 꼭 껴안아 주세요. 여자란 참 이상해요. 남자에 의해서 잘잘못이 가려져요.]

[경아: 이런 곳에서 잠이 들면 안 돼. 일어나야지. 일어나야지]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한국영화의 인기 장르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호스티스 멜로'였습니다.

주로 유흥업소나 향락 산업에 종사하던 젊은 여성들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인데요.

이 호스티스 멜로의 원조격인 작품이 바로 오늘 한국영화 걸작선에서 소개해드릴 입니다.

이장호 감독의 데뷔작이자 여배우 안인숙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였던 작품인데요.

지금 만나 보시죠.

화가인 문오는 술집에 갔다가 매력적인 여종업원 경아를 만나게 됩니다.

대뜸 경아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는 문오.

[경아: 술집에서 아가씨 보고 퇴근 후에 만나자는 사람들은요. 대부분은 말이에요. 엉큼한 사람들이거든요.]

[문오: 자식 봐라. 그럼 내가 인마. 엉큼한 사람이란 말이야?]

[경아: 누가 알아요? 아저씨가 어떤 분인지 어떻게 알아요?]

[문오: 내가 보증하지.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내 보증하지]

[경아: 아유, 엉터리 아저씨.]

이렇게 해서 두 사람은 실제로 경아의 퇴근 뒤에 따로 만나게 됩니다.

[문오: 잘 됐어, 잘 됐어. 우리 낮에 만나서 함께 다닐까?]

[경아: 이제 보니까 아저씨는 이런 일 잘하는 상습범이군요.]

[문오: 그런가? 그렇구만]

문오와 경아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 연인 관계로 발전합니다.

[문오: 경아랑 난 서로 똑같은 종류의 사람들이야. 내일 또 와. 응? 그림을 그리기로 약속했잖아]

[경아: 조심하세요. 화장 지워져요.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군요. 남자하고 여자하고 만나면 다 그렇고 그런가 봐요]

영화 은 중간중간 플래시백을 통해 경아의 과거사를 보여줍니다. 그녀는 어쩌다가 술집일을 하게 되었을까?

사실 경아에게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같은 직장 동료와 풋풋한 첫사랑을 나누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버림을 받고 말죠.

두 번째 남자 동혁은 경아에게 누드 모델 일을 강요하고 몸에 문신을 새길 정도로 폭력적인 남자였죠.

[동혁: 아프겠지. 그렇지만 이렇게 표시를 해 놓으면 다시는 도망 가지 못하겠지]

이런 아픈 과거사 속의 남자들은 경아의 육체를 탐하거나, 신체에 훼손을 가하는 방식으로 그녀를 억압합니다.

당대 사회의 하층민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설정이죠.

경아의 파란만장한 사연은 잠시나마 안정된 삶을 성취할 수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전처와 사별한 중년의 남자 만준과 결혼한 경아.

그러나 경아는 얼마 못 가 만준이 여전히 전처에 대한 그리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경아: 얘기해주세요. 선생님의 옛날 부인에 대해서 말이에요. 예쁘셨나요?]

[만준: 예뻤어. 아주 예뻤어. 경아처럼]

평화롭고 화목할 것만 같던 경아의 결혼 생활에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수원댁: 저 꼭대기 다락방에는 말이에요. 명희 엄마가 생전에 쓰던 물건이 그대로 있다우. 잠옷까지도 말이에요.]

경아는 점점 더 술의 힘에 의존하게 되는데요.

[만준: 침대까지 데려다 줄게]

[경아: 손대지 마세요. 제 몸에 손대지 말아요]

많은 남자들에 의해 성적 학대와 신체적 억압을 당했던 경아가 남편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입니다.

어쨌든 그렇게 경아의 절망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갑니다.

이렇게 아픔으로 점철됐던 경아의 사연을 보여준 뒤, 영화는 다시 문오와 경아의 현재로 돌아오는데요.

[경아: 정말 이러시기에요?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세요?]

[문오: 미안해]

술과 우울증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아에게 문오도 슬슬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죠.

[경아: 왜 그래요?]

[문오: 늘 취해있고 한번도 멀쩡하게 깨어 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

[경아: 이러지 마세요. 괜히 오늘따라 왜 이래요.]

이기적인 남자들에 의해 송두리째 짓밟힌 경아의 삶에 과연 행복의 빛은 찾아올 수 있을까요?

문오의 품에 안겨 내뱉는 경아의 이 대사는 남성 중심의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한 상처와 희생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경아: 여자란 참 이상해요. 남자에 의해서 잘잘못이 가려져요.]

영화 은 80년대 중반까지 이어진 호스티스 멜로 장르의 전성기를 연 작품인데요.

1974년 개봉 당시 4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습니다.

경아를 연기한 안인숙은 기존의 여배우들과는 확연히 다른 개성과 매력으로 당대 관객들을 사로 잡으며 스타덤에 올랐는데요.

하지만 이듬해 당시 미도파 백화점 사장과 결혼하면서 연예계를 떠났습니다.

한 여인의 처절한 절망의 연대기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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