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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선] 영자의 전성시대
2018-07-07 | 더 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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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를 설명하는 많은 키워드 가운데 하나는 바로 경제 개발입니다.

농촌 출신의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로 서울로 향했던 시절이기도 하죠.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공장 노동자가 되었지만, 일부 여성들은 향락 산업 종사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시대 상황은 당시 유행했던 이른바 ‘호스티스 멜로' 영화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1975년작 '영자의 전성시대'는 꿈을 품고 상경한 젊은 여성의 삶이 산산조각 나는 과정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지금, 만나 보시죠.

철공소에서 일하는 창수는 사장 집에 심부름을 갔다가 가정부 영자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창수: 공장에서 온 창수. 영화 제목 같지? 공장에서 온 창수

창수는 곧 영자에게 호감을 품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짝사랑이었는데요.

창수: 너 날 어떻게 생각하니? 영자: 왜 그래요? 창수: 너 말이야. 노골적으로 말이야. 네 마음에 있는 거 다 털어 놓아봐

창수의 일방적인 구애에 영자는 망설입니다.

이런 가운데 창수는 그만 군입대 통지서를 받고 말죠.

영자: 난 서울에 연애하러 온 게 아니란 말이에요. 난 돈 벌러 온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왜 창수 씨는 자꾸 날 가지고 그래요? 창수: 난 이제 가는 거란 말이야. 3년 동안 보고 싶어도 못 보는 거란 말이야. 못 보는 거란 말이야

창수가 군대에 간 사이, 영자는 그만 사장 집 아들의 성적인 노리개가 되고 맙니다.

그게 화근이 돼 가정부로 일하던 집에서도 쫓겨나고 말죠.

당장 입에 풀칠할 길이 없어 급한 대로 술집에 취직한 영자.

술집 손님: 아가씨, 춤이나 같이 출까? 영자: 저 춤출 줄 몰라요

술집 생활에 영 적응이 안 되니 이 직업은 포기하고 맙니다.

영자가 선택한 다음 일은 버스 차장.

영자: 출발!

당시만 해도 이렇게 젊은 여성들이 만원 버스에 승객을 밀어 넣고 차비를 받는 역할을 했죠.

그런데 그만 불의의 교통사고로 영자는 한쪽 팔을 잃고 맙니다.

영자: 내 팔! 내 팔! 내 팔!

졸지에 불구의 신세가 된 영자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됩니다.

영자: 아줌마. 혼자 찾아온 남자 손님 있을까요? 여인숙 주인: 왜? 영자: 따뜻한 사람 품에 좀 안기고 싶어요. 날 안아만 주면 된다고 그래 주시겠어요?

영자는 이렇게 스스로 매춘부의 길로 접어들고 말죠.

영자가 이렇게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 들어갈 즈음, 군 생활을 마치고 목욕탕 세신사로 일하던 창수는 우연히 영자와 재회하게 됩니다.

영자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창수는 그녀를 늪에서 구해내기로 결심합니다.

영자의 병을 고치기 위해 병원에도 데려가고, 손님을 받지 않도록 매일 그녀를 방문하는데요.

그래도 영자는 창수에게 쌀쌀하게만 굽니다.

영자: 흥. 왜 그렇게 나한테 돈을 쓰지? 병 나으면 자기가 데리고 살 건가. 뭐?

사실 창수는 영자와 살림을 차리는 게 소원입니다.

하지만 그의 처지로는 아직 언감생심일 뿐입니다.

그래도 자신에게 헌신적인 창수에게 영자는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 날.

영자: 뭐야? 창수: 팔이야 영자: 팔? 창수: 그래

한쪽 팔을 잃은 영자를 위해 직접 의수를 만들어온 창수 앞에서 영자는 무너지고 말죠.

창수: 자. 돌아서 봐. 자 봐. 옷 소매가 헐렁해 보이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어깨 힘을 이용하면 팔도 움직일 수가 있어. 내 돈 많이 벌면 강철로 만든 좋은 걸 사줄게 영자: 어떻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이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이가 되죠.

하지만 척박하고 냉혹한 현실은 과연 두 사람의 사랑을 가만히 놔둘까요?.

영자: 죽었으면 좋겠어. 지금 이대로

영화 '영자의 전성시대'는 표면적으로는 창수와 영자의 사랑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지만, 사실 창수라는 액자를 통해 본 영자의 고통스러운 일대기에 가깝습니다.

한쪽 팔을 잃은 채 밑바닥 삶으로 추락한 영자는 1970년대 경제 개발의 와중에 숱한 좌절을 겪어야 했던 소외된 이들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제목도 반어법적인 표현이겠죠.

영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시대에 대한 비평을 수행한 이 작품은 개봉 당시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여주인공을 맡은 염복순은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1980년대 중반에 영화계를 떠났습니다.

이 영화에는 최불암 씨가 창수의 목욕탕 동료로 나와 눈길을 끕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주 잠깐이나마 이순재 씨의 젊은 시절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대중성과 사회성을 동시에 잡은 호스티스 멜로의 걸작 '영자의 전성시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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