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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쓰는 일기] 파독 간호사들의 아버지, 이수길 박사
2018-12-16 | 글로벌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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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아흔 번째 생일입니다.

독일 곳곳에 흩어져 살던 파독 간호사들이 생일을 축하해주러 찾아왔습니다.

모두 은퇴를 하고 이렇게 모인 것도 참 오랜만입니다.

[이수길 / 간호사 독일 파견 주선자 : 이분들이 이렇게 방문해서 나한테 축하해준다는 것은 생각도 못 했거든요. 감개무량해요.]

어느새 꽃다운 청춘은 저만치 달아나고 모두 할머니가 됐지만 이 순간만큼은 독일 병동을 누비던 20대 간호사 시절로 돌아갑니다.

[임오선 / 1966년 파독 간호사 : 이 박사님 90세 생일 잔치로 이렇게 우리가 한자리에 모인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여기까지 찾아오는 것도. 근데 정말 대단히 반갑고 다시 옛날얘기를 서로 나눠가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입니다.]

나는 독일 마인츠대학 병원 소아과 의사였습니다.

어느 날 독일에서 간호사가 부족해 환자 16만 명이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당장 독일 병원에 편지를 썼습니다.

[이수길 / 간호사 독일 파견 주선자 : 1965년 4월에 이 편지를 (한국 간호사 고용해 달라는 내용) 11개 병원에 썼어요. 마인츠,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병원에 '나는 한국 의사인데 간호사들이 모자라는데 당신들이 우리 한국 간호사들을 채용할 용의가 있느냐' 편지를 했더니 프랑크푸르트 병원에서 전부 한국 간호사를 받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그래서 제가 한국 간호사들이 독일 병원에 취업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게 된 겁니다.

1966년 1월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간호사들의 독일 취업은 1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독일에서 돈 버는 족족 한국에 보낸 파독 간호사들.

가녀린 몸으로 얼마나 힘들게 일했는지 옆에서 지켜본 내가 잘 압니다.

[이수길 / 간호사 독일 파견 주선자 : 간호사를 데려올 때 내 나이가 서른여섯 살쯤 될 때예요. 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간호사를 데려온 게 한국에도 큰 도움이 됐고, 또 독일에도 아주 큰 도움이 됐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우리 다 같이 카메라 앞에 서봅니다.

고단했던 50여 년 독일 살이, 서로가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수길 / 간호사 독일 파견 주선자 : 앞으로 건강이 허락하면 이분들을 찾아볼 수 있고, 이분들이 나를 찾아와서 지금처럼 얘기하고 서로 웃고 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파독 간호사들은 내게 말합니다.

먹고살기 힘들던 그 시절, 독일에 취업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사실은, 독일 병동에서 '백의의 천사'로 불리며 한국인의 자긍심을 높여줘서 내가 더 많이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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