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코리아를 지향하는 YTN KOREAN
닫기
글쓰기
0
요즘 시대 유랑자 '디지털 노마드' 구민정 vs. 김수일
2019-05-05 | 글로벌코리안
조회 102
글자크기축소
글자크기확대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

많은 이들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휴양지'로 꼽는 곳이다.

올해 스물아홉 살 구민정.

이곳에 두 달만 지내러 왔다가 6개월째 눌러앉았다.

민정의 정체는 '디지털 노마드'.

인터넷과 업무에 필요한 도구만 있다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유목민.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가 1997년 '21세기 사전'에서 처음 소개한 용어란다.

오늘 오전 업무 장소는 집 근처 예쁜 카페로 정했다.

[구민정 / IT 개발자 : 원하는 공간에 가서,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하니까 확실히 집중력과 몰입도가 굉장히 좋더라고요. 회사 다닐 때는 '어떻게 버티나'가 중심이었는데 여기 와서는 5~6시간만 일해도 정말 집중력 있게 일해서 정말 효율이 좋다는 것을 느꼈어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IT 회사에서 개발자로 근무하던 민정은 불현듯 이런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걸까?

과연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구민정 / IT 개발자 : 입사 2년 차부터 사람들이 뭔가 해야 된다고 말하는 게 저에게 너무 심각한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어요.]

[구민정 / IT 개발자] : 한국에서 직장을 안 다니고 프리랜서 생활을 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많이 하거든요. 부모님도 그렇고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 이런 우려 섞인 말이 많이 들리는데 여기 와서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게, 제가 원하는 것들을 찾아다닐 수 있다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그렇다.

스물아홉 민정은 혼기가 가득 찬 나이.

아주 어리지도, 그렇다고 많지도 않은 애매한 나이.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맞춰 사느라 참 고단했다.

오후 업무는 호숫가에서 하기로 했다.

여유롭고 느긋한 사람들.

그 무리 속에서 민정은 분명 일을 하고 있지만, 또 쉬고 있다.

[구민정 / IT 개발자 : 한국에 있을 때는 조급하고 빨리빨리 되지 않으면 답답하고 그랬는데 치앙마이에 오고 나서 그런 것들이 많이 사라져서 저 스스로 행복함을 느끼고 있어요.]

유목민의 삶이 어디 좋기만 하겠나.

회사에 다닐 때보다 벌이는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시간이 남아돌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도 고민이다.

여유롭다 못해 자칫하다간 나태해질 위험도 크다.

그런데도 민정은 오래, 가능하면 평생 디지털 노마드가 되고 싶다.

Q. 디지털노마드를 꿈꾼다면?

[구민정 / IT 개발자 : 한국에서 먼저 월급이 아닌 외적으로 스스로의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좀 찾아보고 실제로 벌어 보시고 왔으면 좋겠어요. 해외에 와서 그걸 찾는다는 건 정말 쉽지 않거든요. 한국에서보다 10배 정도 힘들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태국의 수도, 방콕.

여기에도 1년 9개월째 유랑 중인 청년이 있다.

게임 특수효과 아티스트, 김수일.

게임에 특수 효과를 입히고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있다.

[김수일 / 게임 특수효과 아티스트 : 디자인이나 예술을 하는 분들은 여행이 가장 큰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새로운 도시에서 마주하는 사물과 냄새, 그리고 사람.

그 모든 것들이 디자인으로 이어진다.

방콕은 디지털 노마드족에게 더없이 좋은 도시다.

저렴한 물가는 물론 24시간 운영하는 카페가 즐비하고 외국인에게 개방된 문화까지.

스페인과 독일, 헝가리와 베트남을 거쳐 태국 방콕에 짐을 푼 이유다.

[김수일 / 게임 특수효과 아티스트 : 방콕은 첨단을 달려가는 도시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서울이나 도쿄 이런 곳에 비하면 발달이 아직 안 돼 있는 부분이 많지만 그만큼 빠르게 흡수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 보니까….]

이곳은 코워킹 스페이스.

방콕에는 이런 공간이 100군데가 넘는다.

1년에 4만 원 정도의 회비를 내면 언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수일이 거의 매일 찾는 곳이다.

[쿨라차 우추카논차이 / 코워킹 스페이스 마케팅 담당자 : 2017년 7월 문을 연 이후 현재 5천 명 이상의 회원들이 저희 공유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고 그중 40% 이상이 디지털 노마드 족입니다.]

그러나 혹여 이 삶에 막연한 환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은 여행자의 그것과는 아주 다르다고 말이다.

[김수일 / 게임 특수효과 아티스트 : 노마드로 살아간다는 건 여행을 통해 내가 힘들게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만큼 위험도 크고 그래서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내가 내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한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다음 달이라도 도태돼서 이 생활을 지속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자신의 의지에 따라 백수가 될 수도,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니 이들에게 백수와 부자는 한 끗 차이가 아닌가.

[김수일 / 게임 특수효과 아티스트 : 노마드는 안정감이 없어요. 안정감 있는 삶 이게 되게 크거든요. 가치 있는 일이고. 그래서 저는 디지털 노마드가 반드시 인생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안정감 있게 잘 꾸려서 사시는 분들이 부럽죠. 반면에 저는 그분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수일은 또 다음 유랑지를 고르고 있다.

물론 편도 티켓으로 말이다.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쓰기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