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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최악의 빈민촌을 지키는 한국인
2019-05-19 | 글로벌코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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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스름을 걷어 내고 서서히 동이 튼다.

인도네시아에 삶의 터전을 옮겨온 지 25년째.

최원금, 이현주 씨 부부는 오늘도 함께 장을 보며 아침을 연다.

그런데 가만 보니, 보통 장 보는 게 아니다.

아니, 뭘 이렇게 많이 사는 거죠?

[최원금 / 남편 : 일주일에 2,400명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있는데 주로 닭, 쌀, 기름, 라면, 채소, 소스하고….]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됐다.

누군가는 채소를 썰고, 또 누군가는 닭을 손질한다.

[박영주 / 자원봉사자 : 맛있게 먹을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닭 손질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준비할 음식은 750인분!

모두의 손길이 분주한 이유다.

[이현주 / 아내 : 밥을 이렇게 뒤적여주지 않으면 딱딱하게 굳어요. 도시락을 쌀 때 부드럽게 잘 싸기 위해서 식힐 때도 이렇게…. 밥알을 나눠줘야 하거든요.]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뜨거운 불 앞을 지키며 노릇노릇 닭을 튀겨낸다.

고소한 닭튀김에 하얀 쌀밥까지, 드디어 도시락이 완성됐다.

[최원금 / 기아대책 인도네시아 본부 대표 : (도시락 장만을) 일주일에 3번씩 하기 때문에 여러 자원봉사자가 필요한데요. 인도네시아 팀도 있어요. 인도네시아 아주머니 팀도 있고, 현지 회사 직원들도 있고, 한국 동포들도 있고, 한인 교회 팀도 있고, 학생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봉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정성껏 준비한 도시락을 차에 싣고 어딜 가는 걸까?

자카르타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빈민촌.

일명 '쓰레기 마을'이라 불리는 곳이다.

[최원금 / 기아대책 인도네시아본부 대표 : 재활용품이 모여서 이곳에 집합합니다. 이곳에서 재분류해서 재활용 공장으로 가게 되는 지역이기 때문에 지역 자체가 깨끗하지 못한, 더러운 분위기 속에 사람들이 살고 환경이 아주 안 좋죠. 냄새도 많이 나고….]

지독하게 가난해 하루 한 끼도 겨우 해결하는 주민들.

도시락은 단순한 식사를 넘어 오늘을 살게 하는 절절한 희망이다.

[이브 아흐맛 / 마을 주민 : 매주 먹을 것을 가져다주시고, 우리 아들에게 매달 장학금을 줘서 감사합니다.]

[율리아 / 마을 어린이 : 제 이름은 율리아입니다. 잊지 않고 또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파고 풀루잇 / 유치원 교사 : 한국인들이 항상 도와주시고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과자와 선물을 줘서 감사해요.]

최원금 씨는 12년째 이 마을을 방문해, 따뜻한 밥을 짓는 아빠가 되고 때로는 말과 글을 가르치는 선생님도 되었다.

뜻을 함께하는 봉사자들과 한푼 두푼 보태주는 동포들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최원금 / 기아대책 인도네시아본부 대표 : 여러분, 나중에 어른이 되면 남을 돕는 사람이 되세요. 알겠죠?]

오후에는 함께 온 자원봉사자들과 학교 벽을 새로 단장하기로 했다.

낡고 더러운 벽에 알록달록 색을 입히는 것처럼, 짙게 드리운 가난의 그림자도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원금 / 기아대책 인도네시아본부 대표 : 빈민촌 아이들이 새싹으로 자라가고 있고, 가난의 대물림을 끊을 주인공인데 그중의 한 아이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됐습니다. 그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빈민촌에서 만났고, 그 이후 계속해서 돌보고 있는데 고3 2학기를 맞이해 대학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인도네시아 최고 대학인 인도네시아 국립대학 공과대학에 원서를 냈고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빈민촌에서 자랐지만,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인도네시아에 와서 어떤 위치에서 일하면서 빈민촌 후배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꿈을 심어주는 선각자로 서게 된다면 많은 아이들이 도전을 하고….]

절망의 땅은 조금씩 희망의 땅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아이들의 꿈이 자라고 있다.

한 10년쯤 뒤에는 이 마을에 어떤 바람이 불어올까?

최원금 씨는 다음 주에 또 희망을 가득 담은 도시락 배달을 하러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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