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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 조선학교 '연극부 희망'의 도전 -
2019-08-11 | 더 큰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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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공항 지난 6월

처음 밟은 땅, 처음 보는 얼굴.

오래 그리워한 사이인 듯 눈물이 고이고 웃음이 퍼집니다.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이들 세 명은 어디서 무엇을 하러 한국에 왔을까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아이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일본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앞 지난 4월 일본 오사카 조선학교.

수업이 끝나고 동아리 활동이 한창인데 학생 세 명이 학교를 나옵니다.

어디 놀러 가는 건가요? 아닙니다. 이들 역시 동아리 활동하러 가는 겁니다.

아이들: 안녕~
철의: 의자 준비하자. 배고파?
다들: 엄청 배고파.

여기는 학교 근처 시민회관, 동아리 연습장이 있는 곳입니다.

철의: 이 부분 다시 한 번 해보자. 다시 한 번 한 다음엔 쭉 연습해보자.
지세: 맨 처음부터?
철의: 맨 처음부터.

고등학교 2학년인 지세, 소애, 리화.

세 명은 지난해 4월 연극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동아리 이름은 '연극부 희망', 그냥 '희망'이 아니고, '연극부 희망'입니다.

[최지세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2학년 : (학교) 위쪽 선생님한테 (연극 동아리를 못 만드는) 이유를 가르쳐달라고 하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서 안 된다'는 말 들어서. 그럼 우리끼리 하자고.]

학교 동아리로 공식 인정은 못 받았지만 하고 싶은 걸 포기할 순 없습니다.

세 명은 학교 선배인 연출가 김철의 씨 도움을 받아 연극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전소애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2학년 : (처음에 연극부) 인원수를 모아야 했기 때문에 내 이름을 사용해서 (동아리가) 된다면 도와주자고 생각해서 '도와주지 못하지만 이름은 빌려준다'고 그때는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연습하는 과정에 재미있어지고…. 이렇게 (활동하게) 되었어요.]

[정리화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2학년 : 연극은 역시 여러 가지 역할이 있는데. 재미있는 역이나 슬픈 역이나. 그런 것을 자기로 생각하거나 만들고, 또 나도 소애하고 지세의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우는 것도 있고.]

[최지세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2학년 : (PD: 연극의 어떤 게 재미있어요?) 이야기. 보는 관객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그 관객들과 직접 이야기는 안 하는데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이 있어서 좋아요.]

[김철의 / 재일동포 3세 / '연극부 희망' 지도 : 부장인 지세는 역시 이 마음속에서 항상 뭔가 불타고 있어요. 근데 이제까지 자기는 앞에 나서면 안 된다는. 왜 이 세상은 얘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치는지. 리화는 연극 동아리 분위기를 밝게 해주는 거예요, 애들을 위해서. 어른들 마음도 밝게 해주는 거예요.]

지세: 리화에게 문제 내겠다, 하나.
리화: 왜~~?
지세: 이씨 조선을 만든 시조는 누구야?
리화: 이씨 조선을 만든 것?
지세: 시조. 첫 왕.
리화: 조선의 첫 왕?…단군?
지세 & 소애: 단군?!

[김철의 / 재일동포 3세·'연극부 희망' 지도 : 근데 (리화는) 항상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있는 게 아니고 뭔가 참으면서 웃고 있어요. 슬픔을 감추더라도 밝게 한다, 그게 무대 위에 서는 사람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고. (소애는) 항상 열심히 하는 애. 얘도 정말 이제까지 인생에서 주인공이 되는 기회가 없어서 살아왔는데 최근에 (연극에서) 주인공이 되는 기회가 너무 많아서 뭔가 배우는 걸 정말 즐거워하는 것 같아요.]

지난 3월 '연극부 희망'에게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석 달 뒤 서울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연극제'에 초청을 받은 겁니다.

'대한민국 연극제'에서 고등학생들이 공연하는 건, 처음이라고 하네요.

리화: 긴장하네, 우리들. 정말 어디까지 가는 걸까?
지세: 뭐 브로드웨이?
소애: 거짓말!

한국 공연이라니,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한국어 발음부터 고쳐야 합니다.

조선학교에서 우리말을 배우지만 한국에서 쓰는 말과는 조금 다르기 때문입니다.

[강효원 / 오사카 거주·한국어 지도 : 이 아이들이 오사카 (조선학교)에서 쓰고 있는 조선어는 발전이 없었어요. 예전에 멈춰있었던 조선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공연할 때 관객들이 (아이들의) 한국어를 못 알아들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이 아이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오사카 조선학교 '연극부 희망'의 원래 모습일 수도 있고. 그걸 관객분들이 알아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서 크게 수정은 안 했어요.]

올해 17살.

난생 처음 서울에 가보는 아이들.

속마음은 어떨까요?

리화: 별이 보인다. 가운데. 어 비행기? 근데 빛나고 있지.
지세: 저건 별. 비행기 왼쪽 우리 한국 가서 잘할 수 있을까?
리화: 우리 연습 많이 했잖아.
서애: 걱정 말고 즐기고 잘 하자!
리화: 응, 잘 하자!
지세: 근데…난 되게 설렌다
리화: 응 나도 참 기대돼. 잘 해야지.

한국 서울 지난 6월

'대한민국 연극제' 공연 전날, 마지막 연습이 한창입니다.

함께 아이들을 지켜보는 여성은 윤현주 씨.

연극제에 '연극부 희망'을 초청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윤현주 / 방송작가 : 저는 아이들로부터 우리말, 고향 사람, 고향 땅, 이런 말을 들으면 미안했어요. 고향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뭘 해줄 수 있었을까? 고향 땅이 아이들에게 어떤 느낌일까? 다르잖아요. 그래서 한국에 와 있고 이 기간을 보내는 동안 우리말, 고향 땅, 고향 사람들이라는 말이 (아이들에게) 따뜻하게 기록됐으면 좋겠어요.]

철의: 오늘 하루를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부장 지세, 부탁한다!
지세: 예, 하겠습니다! 성공 시키자!
모두: 시키자, 시키자, 시키자!

[박정용 / 관객 11살 : (공연 때) 중간에 있던 누나가 '어머나!'라고 할 때 진짜 재미있었어요.]

[오태근 / 한국연극협회 이사장 :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우리 어른들이 갖지 못하는 생각을 우리한테 보여줘서, 연극이 가지고 있는 본질인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모습을 학생들이 보여줬고.]

[윤직자 / 지세 어머니 : 우리 딸은 어릴 때부터 자기가 하고 싶은 건 자기가 스스로 다 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힘껏 마음껏 목청껏 다 하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어머니: (우리) 어떤 관계인지 지세: 공포.
어머니:엥!? 상냥하고, 너그럽고, 좋은 엄마지?
지세: 무섭고, 자꾸 화를 내고…. 앗! 미안해요
어머니: 참 귀엽다 이거.
지세: 참 상냥합니다. 예

다들: 즐거웠어요.
지세: 만족스러워.
소애 & 리화: 만족스러워, 정말.
소애:이렇게 좋은 무대를 꾸려주신 분들도 그렇고 도와주신 분들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앞으로 우리 조금씩 한 걸음씩 열심히 앞으로 나가겠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김철의 / 재일동포 3세·'연극부 희망' 지도 : 원래 저는 애들에게 연극인이 되라고 연극을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일본 사회에서는 연극이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이해도 없고. 이제부터 생활해가는 속에서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법을 찾아라.]

PD: 리화 보여줘
리화: '다케우치 료마(연예인)와 안고 싶다'. ㅎㅎㅎ
PD: (열쇠) 반대쪽은?
리화: '역사와 세계를 잘 안다!'
PD: 앞면과 뒷면 어떻게 달라요?
리화: 이것(앞면)은 현실(의 꿈). 이것(뒷면)은 연애 (소원).

[정리화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2학년 : 아직 대학이나 진로를 어떻게 할지 결정 안 되어 있지만, 연극은 계속하고 싶어요.]

[전소애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2학년 :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극도 하고 많은 사람하고 이어지고 많은 사람들하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최지세 / 오사카 조선고급학교 2학년 : 재일동포가 만드는 연극이 힘들다, 고되다, 보면서 슬프게 돼요.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연극, 웃으면서 더 메시지 성이 있는. 웃음을 통해서야 전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삼총사의 특별한 여정이 끝나갑니다.

설렘 가득한 연습 시간, 처음 본 서울의 모습, 긴장 가득한 공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요?

지세: 서울 역사박물관.
소애: 난 경복궁.
리화: 나도 경복궁. 아니면 맛있는 음식.
소애: 무엇이 제일 맛있었어? 리화: 빙수.
지세: 진짜 맛있었다.
소애: 인절미, 인절미 토스트
PD: 연극은 별로였어요…?
다들: 아니 연극도 재미있었어요!

리화: (지난해) 8월에 (공연) 한 '조에아'가 여기까지 온다고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지.
소애: 1년 동안 연습했던 '조에아'가.
리화: 이제 마쳤다. 하.
지세: 수고하셨습니다, 어쨌든.
소애: 많이 리화: 많이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은 빨리 잡시다.
지세: 너야말로.
리화: 아하하, 나다
소애: 너야말로!
리와: 본인이 말하고 있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친구, 그리고 바로 이 순간입니다.

촬영: 연출가 김철의
철의: 지세 뭐 하고 있어?
지세: 일본어 공부.
철의: 숙제?
리화: 나는 절대 숙제 같은 것 안 가져온다
철의: 리화 숙제 안 해?
리화: 안 한다~.
철의: 이게 동영상이야
소애: 앗 동영상이구나. 이거 재미있네
리화: '한국에서 산다!'

대학로 밤길 걸어가는 세 명. 뒷모습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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